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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제목이 참 끌려서 손에 집었던 책이고, 시인의 이름이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고, 한 번쯤은 눈에서 살펴봤을 산문집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작가와 같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며 그 책과 함께 결제를 한 책이다. 나에게 오는 시집은 언제나 그랬듯이(사실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읽음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물론 필사의 대상이기도 했다.
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읽으며 총 13편의 시를 필사했다. 그 뜻은 13일에 걸쳐 책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다는 것이다.
바로 전에 읽었었던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처럼 이 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으로 시들을 품고 있다. 그러한 발돋움이 좋았고 단순하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단어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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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시는 일상적이다.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따다 넣은 것도 있고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쓴 시도 있었다. 그만큼 일상적이어서 박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는 재주가 있다. 상상력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은 나에게까지 일상적 상황과 이어지는 문장들 사이에서 상상을 품어주어서 그 시 안에 있는 당연한 일상들 속에서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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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되어있는 박준 시인의 시 중에서 연을 나누지 않은 그런 문장들이, 시들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오로지 나의 호흡으로 연을 끊어가며 그리고 이어가며 그 시를 읽어 나갔다. 박준 시인의 시 중에는 이렇게 연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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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가는 시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말한 대로 박준 시인은 “조금 먼저 사는 사람”이다. 먼저 살아서 그 애정을 주는 그런 사람, 그의 시는 그렇다. 모르는 단어들이 있어서 문맥을 파악하고 글의 느낌을 이해하는 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궁금했던 책이다. 이 책 필사를 다 했으니 다음 책을 미리 스포 하자면 위에서 말했던 박준 시인의 산문집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다. 박준 시인의 또 다른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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