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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도의 일상/2021

쇼코의 미소, 최은영

by 도 마 도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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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에 지쳐서 이 책을 한숨에 읽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피곤에 지쳤었더라도 이 책을 손에 집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울면서 책을 읽었다. 아니 책을 읽으면서 울었다.

술기운 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술기운에 끌린 책이 이 책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본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이 이 책에서 따온 거라서 그런 걸까. 그 제목에 이끌려 영상을 보고 한 소절마다 나를 도려낸 플레이스트라서 그런 걸까. 아무튼 나는 결국 이 책을 읽었다.

울면서 읽는 책이 얼마나 될까. 나를 울리는 책이 얼마나 될까.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그저 술을 먹고 갑자기 읽고 싶어 져서 책장에서 꺼내어 첫 페이지를 넘겼고 그래서 나는 원래 책을 읽던 나의 원래를 잃었다. 그 잃은 모습으로 책을 읽었고 나는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해서 원래였더라면 준비하였을, 하지만 오늘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색연필 대신에 책상 위에 열려있던 필통 안에 있던 직접 칼로 깎은 연필을 꺼내 들었다.맞다. 이 책은 그게 어울린다. 분홍색, 연두색 색연필이 아닌 그냥 흑연 본래의 색인 회색빛이 감도는 검은색 사이의 흰색이 보이는 그런 연필의 흔적이 어울린다. 그래 맞다. 맞아.

 



책을 펼친 지 며칠 뒤, 밤을 새며 기어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글자를 봤다. 작가의 말까지 다 읽은 나는 이제 이 글을 쓰며 창밖으로 해가 떠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일기 같다. 담백하게 써 내려간 일기 같다. 자세하고 일상적이며 같은 상황에 처해있지 않았었더라도 그 상황에 공감하고 이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미카엘라’도 되어보고 ‘영주’, ‘쇼코’, 심지어는 ‘순애언니의 딸’도 되어봤다. 그래서 울었다. 참으로 슬퍼서,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애달파서 울면서 책을 읽었다.

 



처음 볼 때부터 어디서 읽었나 했더니 끝까지 내가 한번 봤던 스토리였다. 그냥 전에 한번 읽었다. 서점에 앉아서 책 제목이 표지와 퍽 잘 어울려서 손에 집어 한숨에 읽어버렸다. 시간에 쫓겨 이렇게 자세하게 읽지는 않았기에 다시 이 책과 함께하니 좋았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일기를 공유해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렇게 만드는 책이다.

 



맞다 소설을 이래야 한다. 남는 게 있어야 하고 생각할 거리가 주어져야 한다. 나는 여기서 베트남 전쟁과 우울증, 세월호, 여성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숙제처럼 얻었다. 이제는 행동해야겠지. 이제부터는 나의 차례이다. 최은영 작가가 우리에게 넘긴 숙제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거, 미안해”

알려고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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