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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도의 일상/2021

8월의 크리스마스 | 넷플릭스 영화 추천 | 한국 영화

by 도 마 도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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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배우님을 낭만 닥터로 기억하는 사람이라 이리 젊은 배우님을 만나게 되니 영광이었다.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

영화 초반에 한석규 배우님이 맡은 역할인 정원은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나는 이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 영화는 고요하다. 장면들 속에서 적막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적막 속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되어 눈을 뗄 수 없도록 사로잡는다. 정원과 다림의 눈빛과 손끝 하나, 어떠한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다.

정원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매번 병원을 다니며 사진관을 하는 사진사, 다림은 주차단속요원이다. 이들의 만남은 손수건이 젖을 정도로 덥던 계절에서 점점 외투를 꺼내어 입는 계절까지 이어지다 끝났다.

 



하루는 정원이 한 가족사진을 찍고 할머님이 등 떠밀려서 독사진을 찍으셨다. 그리고 그날 밤, 할머니는 고운 한복을 입고 찾아온다. 자신의 제사상에 걸릴 사진이라며 잘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셨을 때, 정원은 자신의 미래였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

예정되어있지만 ‘언제’가 불확실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은 어떨까. 그게 정원과 할머니의 마음 아니었을까. 그 주위 사람들은 무슨 감정일까.

 



정원은 어릴적, 초등학생 시절에 어머니를 잃었다.

한번 남겨졌던 이가 이제는 남을 사람을 위해서 삶을 정리한다.

아버지께 리모컨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고,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현상기 작동 방법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고 손으로 적어 남긴다. 남겨질 이들을 위해서.

 

누구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먼저 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정원도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

홀로 옷매무새를 다듬고, 홀로 사진기를 작동시켜서 초점을 맞추고, 홀로 사진을 찍는다.

어찌 나 대신에 걸릴 사진을 찍는 앞에서 환하게 웃어 보일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어찌어찌 웃어본다. 입꼬리를 올려본다. 눈을 둥글게 말아본다.

남겨진 이들을 위해

그렇기에 나는 나의 죽음을 많이 슬퍼하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사진으로나마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정원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로 떠나에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사랑이 추억이 아니라 소중히 간직할 것으로 품고 떠난 그가 행복하길,

오래 기억 될 영화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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